여행/자전거 여행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7th day : 절에서의 하룻밤

menzuru 2011. 2. 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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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th day : 절에서의 하룻밤

  바로 앞에 국도가 흐르고 있어 차 다니는 소리가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안심하고 푹 잤다.



30분만에 떠날 준비를 마치고 화장실도 들를겸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떠나기전 뭔가 감사의 표시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어제 사놓고 안먹었던 맥주와 우마이봉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잊지않을게요. (맥주가 미지근해서 죄송합니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분위기가 좀 다르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쓰레기를 버리고 삼각김밥을 하나 구매하였다. {105엔 지출} 편의점 주차장에서 짐을 재정비를 하는데 왠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자전거 여행중 흔히 주고받을 수 있는 평범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아저씨가 먼저 출발 하셨다. 나도 바로 자전거로 출발해서 조금 달리자 아까 그 아저씨가 내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멈췄다.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서 지갑을 꺼내며 다가왔다. 흔히 이 부분에서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있겠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내게 건냈다.

<집에서 다시 찍은 명함>

자기 펜네임이 UFO 타무라라고 하면서 책도 쓰고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시 차를 타고 UFO처럼 사라졌다.
'명함을 왜 준걸까.. 난 외계인이 아니고 외국인인데..?!'

<귤 장군>


<멋진 성. 저 성을 준다고 해도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혼다 대리점을 지키는 울트라맨>


<이거 혹시 금각사??>

<어제 저녁을 얻어먹은 라면 집.>

<운전면허학원인가?>

<플라밍고>

<기린>

<호빵맨 박물관. 거리를 크게 적어준 덕분에 가고싶은 마음을 억누를수 있었다.>

<四国 第28番 大日寺>



  아 왠지 힘이 없다.. 며칠간 전기를 쓸 수 있는 숙박을 하지 않았기에 충전도 할겸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렀다.

<맥모닝 - 소세지 에그머핀 세트 {440엔 지출}>

며칠만에 또 된장남 놀이. 일요일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폼을 잡는다.

<실상은 전기도둑.>

<치킨마요인줄 알았는데 '씨-치킨마요'였다. 참치.>

  일본의 맥도날드는 커피 리필이 가능하단 얘기를 들었었는데 혹시나 해서 조심스럽게 컵을 가져가자 아주 친절하게 리필을 해줬다. 아 이런 사소한 거에 감동하면 안되는데.
충전이 되는 동안 여행메모도 정리하고 노자 계산도 다시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 메모를 뒤적거리면서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떠올려보고는 이런 느낌의 여행도 있구나 하고 새삼 감탄했다.
한동안 행복을 만끽하다가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지붕위의 고양이가 인상적인 쿠보타동물병원.>



<四国 第29番 国分寺>



<GAME OVER>

<낡아보이던 자판기는 꽃을 품고 있었다.>

<관리를 의심했던게 무색할만큼 엄청나게 시원한 음료수를 뱉어냈다. {150엔 지출}>

<나무가 지붕을 받치고 있다.>

<도로 위의 아지랑이 하며.. 후라이팬 위를 달리는 기분.>

<좋은 경치를 매일 바라보는 묘비들>



<四国 第30番 善楽寺>


그늘에 앉아 잠시 쉬다가 내 꼴을 보니 처량하기 그지없는, 거지가 따로없는 모양새였다.
 
<신발은 빵꾸에>

<햇볕에 그을린 다리에 잔상처들>

<빵꾸난 장갑. (내 꺼아닌데..)>

<토마토에 대한 내 애정은 200엔을 넘지 못했다.>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경로를 확인해보고 있었는데 일본인 아줌마,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단체 순례자들에 지쳐있을 즈음이었다) 경로도 같이 확인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셨다. 말 한마디에 이렇게 힘이날 수가 없다. 그리고 토마토도 먹으라고 씻어다 주셨는데 살면서 먹어본 토마토 중 가장 맛있는 토마토가 아니었을까. 토마토에 대한 애정이 200엔이 넘는 순간이었다.(....지만 구매는 하지않았다)
난 사진을 찍어드렸고, 보내드릴 e-mail주소를 물어봤지만 컴퓨터 e-mail은 없다고
"고마워, 안보내 줘도 괜찮아. 그냥 '우연히 만난사람들'로 저장해 둬."

<偶然に出会う人(우연히 만난 사람)>





  지나는 길에 마루나카(일본 슈퍼마켓)를 발견하고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매했다. 자판기에서 매번 150엔에 뽑아먹는 음료수를 99엔에 팔고 있었다!!!! 드디어 후리카케도 구입했다.

<마루나카에서 구입. {327엔 지출}>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엄청 요란한 소리가 났다.>

헉. 저건.

<트램??>

트램을 볼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그나저나 엄청시끄럽고만.


<귀여운 클래식 카>


<일샷삼묘. (一shot三猫)>




<四国 第31番 竹林寺>




<물품이 풍부했던 무인상점.>

이곳에는 다른 곳에 잘 보이지 않던 딸기도 있었다.

<으헤헤 딸기 구입. {150엔 지출}>

안그래도 딸기가 먹고 싶던 참이었다.

<여기보다 좀더 올라가 봅시다.>



<四国 第32番 禅師峰寺(峰寺)>

<서정적인 너구리>

<파노라마는 클릭!>

<바닷가에 사는 고양이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편의점에서 포카리 900ml, 불고기 오니기리, 빵 구매 {398엔 지출}>

<포카리 900ml는 물통케이지에 딱 맞아서 좋다.>


<요녀석들이 밤에 오줌쌀라고>

<四国 第33番 雪蹊寺>

<이게 뭔가 했는데 아마 돈 많이 낸 사람들의 명예의 전당 같은 건가보다.>


<수국이 예쁘게 피었다.>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四国 第34番 種間寺>

<일본 꼬마녀석들도 씽씽이를 타는구나.>



  슬슬 해가 지는 듯 했다. 부동산을 보러 다닐 시간, 캠핑할 만한 장소를 보면서 달려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지도를 봐도 캠핑할 만한 장소는 없었고
'일단 절에 가서 주변에 캠핑할 만한 장소를 물어보던가 해야겠다.'
필사적으로 35번 절로 향했다. 납경시간도 끝나고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절에는 아무도 없는듯 했는데 본당 앞에 왠 서양사람 같은 분이 큰 개와 앉아서 대화를 하고 계셨다. 나는 땀을 뻘뻘흘리며 올라가서 인사를 드리고 근처에 텐트칠 만한 장소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절 안에 쯔야도(通夜堂) 라는게 있다고 하시면서 안내를 해주셨는데 방도 깨끗하고 끝내줬다. 나는 잘 몰랐기 때문에 숙박비를 드려야 하는건가 물어봤는데 쯔야도는 순례자들이 쉴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이라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 감사해서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하고 물어봤는데 곧 일하러 사람들이 올라올 거니까 괜찮다고 편하게 쉬라고 하셨다.

<서구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외모를 하고는 영어 못한다고 계속 강조하셨다.>

<자전거도 안으로 들여놓으라고 하셨다.>

싱크대의 물을 대야에 받아 씻고 빨래도 해서 널었다.

<화장실을 들렸다 오는 길에 찍은 야경.>

산속이라 도시의 화려한 불빛들이 그대로 보였다. (안 흔들린 사진이 더 별로여서 그냥 흔들린 사진으로 올림.)

<오는 길에 자판기에서. {120엔 지출}>

<저녁식사 준비>

어제 구입해서 가지고 다니던 컵라면.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바로 물을 끓였다.
물을 붓고 라면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억................................................................

이거 무슨맛이야....
한입 먹고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돼지똥맛라면은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는 돼지똥맛라면이라고 불렀지만, 나중에 길에서 이 라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그 뒤부터 이 라면은 이렇게 명명 되었다. '돼지축사맛 라면'

잠시 고민해 본 후에 배도 너무 고프고 안먹을 수는 없어서 억지로 한 젓가락 다시 도전했다.

으아.. 뭐이런..
억지로 삼키려다가 끝내 뱉어내고 전부 버려야했다.
방금 전까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던 뱃속도 또 다시 그것을 삼킬까봐 였는지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뭔가 마음이 공허해져서 사뒀던 딸기나 씻어서 먹는데 이건 또 왠걸.
겉보기에는 멀쩡한 딸기였지만 위에는 멀쩡한 것들을 배치해두고 아래는 새끼손톱만하거나 벌레먹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녀석들로 가득차 있었다.
'아 이런. 오늘 날이 아니구나..'

집에서 온 문자에 오늘은 절에서 잔다고 간단하게 답하고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집에서는 국내 자전거 여행으로 알고 있었다.)


<35번절 키요타키지의 쯔야도 내부 동영상>

이동 : 야스파출소 -> 28번 다이니치지 -> 29번 코쿠분지 -> 30번 젠라쿠지 -> 31번 치쿠린지 -> 32번 젠지부지 -> 33번 셋케이지 -> 34번 타네마지 -> 35번 키요타키지
숙박지 : 35번절 키요타키지(清滝寺) - 쯔야도(通夜堂)
지출 : 삼각김밥 105엔 + 맥모닝 440엔 + 음료수 150엔 + 음료수 99엔 + 후리카케 128엔 + 커피우유X2 100엔 + 딸기 150엔 + 삼각김밥 125엔 + 음료수 168엔 + 빵 105엔 + 음료수 120엔 = 1690엔

↑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저자 : Lencer, 수정 : menzuru)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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