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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8th day : 산 속에 '게'가 있다?!

menzuru 2011. 2. 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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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th day : 산 속에 '게'가 있다?!

눈을 뜨자 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가운데 혹시나 하고 만져본 빨래는 역시나 마르지 않았다.

<'돼지축사맛 라면'의 쇼크로 치우지도 않고 잤던 어제의 흔적>

젖은 빨래는 가져갔던 비닐봉지에 다 쑤셔넣고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
밖을 보자 비가 온다.

'아 오늘이 시코쿠에서 비맞고 달리는 첫날이 되겠구나..'

  출발 전 집에서 자전거 짐을 꾸릴때 우천에 대한 준비를 미리 생각해 두었지만 우왕좌왕 하면서 생각보다 준비시간은 더 걸렸다. 비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핸들에 달고 다니는 침낭만 방수커버로 감싸고 평소 복장에 우의를 걸치기로 결정.
한시간 가량의 준비를 마친 뒤 쯔야도를 나섰다.

<35번 키요타키지의 쯔야도>

<四国 第35番 清滝寺>

  이른 아침에 사박사박 보슬비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달리는 것도 운치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음.. 음? 음??!!! DDONG??>


<귀여운 청과물 가게>

<四国 第36番 青龍寺>

  비가 점차 굵어져감에 따라 뒷쪽의 짐에도 미리 준비한 비닐봉지를 씌웠다.

<키티가 맞이하는 집>


  유독 외로움과 고독함이 힘들게 하는 고치현이다.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니 사람을 마주칠 일이 적어져서 그런가..
과묵하기만 한 바다는 계속해서 묵직한 고독감을 내밀었다.
 

<또다시 해안도로는 산으로>

<20엔 저렴하게 캔으로 구입! ..해서 페트병에 옮겨담았다. {130엔 지출}>

<미니 청개구리>


<괴롭히는 동영상>

  지나가다가 미니 청개구리를 보고 인사(?)를 잠시 나누고 계속해서 비를 맞으며 달리다가 터널 앞에서 잠시 멈췄는데... 음?? 터널 앞에 왠 게같은게(?) 있다.

<헉.. 진짜 게다..>

  근처에 물가도 없는데.. 살아있는 녀석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미안하긴 하지만 라면에 넣으면 무슨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런 길 옆에 있었다>

<주변 안내도를 제공해주는 순례자 휴게소>

<잠시 앉아서 휴식>

<내가 좋아하는 초코빵~>

<내장은 이렇다>

  애들처럼 단걸 좋아해서 그런가. 이 초코빵이 너무 맛있었다.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사는 집이 생각나는 풍경>

  37번 이와모토지를 찾아서 가는 길. 어느새 산속으로 한참을 들어가고 있었다. 또 걷는 순례자 길로 잘못 들어섰구나.. 그렇지만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의 순례자 길을 느긋하게 걷는 것도 꽤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비포장 산길에 빗길이라 타고 갈 수 없었다.)

<산 속에 '게'가 있다?!>

  산 속에도 아까의 그 게가 있었는데, 이 산 속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산 속에 게가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동영상>


  느긋하게 걷는 것도 좋구나.. 하고 걷던 길은 가도가도 끝날줄 몰랐고 아무도 없는 빗속의 산길은 두렵기까지 했다.


<기분 나쁘게 생긴 생명체>





<이제는 산 속에 게가 있는게 당연하다고 느낄정도로 흔하다..>

  계속해서 걷던 길은 좁아지기도 했는데, 사람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길에서는 끌고가던 자전거가 짐의 무게 때문에 산 밑으로 미끌어지는 걸 잡다가 자칫 같이 떨어질뻔했다. (첫번째 죽을뻔한 경험)

<산 속을 나오자마자 한컷>

간신히 산을 빠져나와 매번 하던 다짐을 또 했다.

'젠장 앞으로는 무슨일이 있어도 자동차 순례길로만 가리라.'



<게랑 찍은 셀카. (얼굴은 잘라내기!)>


<만화책까지 있었던 아기자기한 휴게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순례자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간식으로 귤이 있어서 하나 챙겨두었다.

<길에 뭔가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달팽이 였다. (잘 보면 뒤쪽까지 두마리)>

  도로에서 달팽이도 보고.



<아까 순례자 휴게소에서 챙겨두었던 귤>

<일본의 초등학교>

<남자 소프트볼을 밀어주나 보다>

<지나가다가 가볍게 들렀던 편의점>

<녹차는 오셋다이>

  그리고 화장실도 갈겸해서 들렀던 편의점에서 초코빵이나 하나 살려고 했는데 없어서 그냥 나가려다가 다른 빵으로 구매. 계산을 마치고 직원이 순례자냐고 묻더니 '오셋다이' 라고 녹차를 한통 건냈다. 대충 미지근한 것도 아니고 사진에서도 보이듯 아주 시원하게 보관된 녹차였다. 물질적인 부분보다 심적으로 굉장히 힘이 되었다. (감사T-T)

<오 말이다..>

<집에서 왕자취급 받던 내 애마도 어느새 거지놀이에 동참하고 있었다.>

<四国 第37番 岩本寺>

그렇게 찾아헤맨 37번 이와모토지는 산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목숨걸고 산으로 갔다....







<잘 곳을 찾을 시간>

  지나가다가 시코쿠 순례 관련서적에서 봤던 '토지안'을 보고 지나쳤다가 호기심에 다시 되돌아 가봤다.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문이 닫혀있어서 그냥 사진한장 찍고 다시 출발!!

<여러 순례자들의 추억이 된(..걸로 알고있는) '토지안'>


  해가 질 무렵 마침 좋은 미치노에키가 있어서 38번 콩고후쿠지는 내일 가기로 하고 미치노에키를 둘러보며 텐트 칠 장소를 마음속으로 적당히 정해 두었다. 상점의 사람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자전거도 닦아주고 기다리다가 그냥 가서 허락을 받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시코쿠 순례를 위해서 한국에서 왔습니다. 저쪽에 텐트쳐도 괜찮습니까? 내일 오전 5시까지 출발하겠습니다."

..했더니 가게 아주머니로부터 허락이 떨어져서 바로 셋팅!

<냉큼 셋팅>

  잠시 후 아주머니가 도시락 2팩을 가지고 오시더니 오늘 팔다가 남은 거라고 괜찮으면 먹으라고 주셨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받았지만 아주머니는 오히려 팔다 남은거 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준 도시락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고치현은 마치 유령 도시처럼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는데(해안도로를 따라 문 닫은 가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고독한 고치현이지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많은 힘을 얻게 되었다.
  도시락 한개는 내일 아침에 먹을 생각으로 남기고 다른 한개와 함께 맥주를 배불리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이동 : 35번절 키요타키지(쯔야도) -> 36번 쇼류지 -> 37번 이와모토지 -> 미치노에키-비오스 오오가타
숙박지 : 미치노에키-비오스 오오가타(道の駅-ビオスおおがた)
지출 : 고로케 298엔 + 음료수 130엔 + 초코빵 105엔 + 크림빵 105엔 + 맥주 140엔 = 778엔 (비가 오던 날이어서 여러가지 이유로 지출 내역의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저자 : Lencer, 수정 : menzuru)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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