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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9th day : 반딧불이의 추억 上

menzuru 2011. 3. 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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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th day : 반딧불이의 추억 上


  텐트 밖으로 나오자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비님이 오시는구나..'
  어제 비가 멎고 나서 다시 비가 올거라고 생각은 못했었는데.. 시코쿠에 장마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런!! 닗풇괋귇궵뤃춭!! 나의 깜빡증 덕분에 어젯밤도 신발은 밖에서 잠을 잤다!!


  비오는 이른 아침의 냉기는 나의 사기를 차분히 가라앉혔다. 밖으로 나와 텐트를 정리하고 평상 위에 앉아서 남겨두었던 차가운 도시락에 후리카케를 뿌려서 먹었다. 공을 들여 우천대비를 한 후 출발. 달리다보니 속도계 켜는 걸 잊었다..-_-
  하늘의 찌푸린 얼굴은 계속 되었지만 비가 그치길 마음 속으로 바라며 달리자 비는 그쳤다. 돈이 별로 없던 나는 100엔도 함부로 쓸수 없어 코인란도리(동전세탁소)에 갈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틀째 비가 왔고 빨래도 마를 생각이 없어보여 뽀송뽀송함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100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결국 나는 코인란도리 안에 앉아있었다. 용량에 따라 시간과 가격이 다른데 마르지 않은 옷들이 많지 않았기에 100엔에 가장 오래 돌아가는 세탁기를 골라서 옷을 넣고 돌렸다. {100엔 지출} 기다리면서 안을 둘러보았는데 신발을 세탁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따로 있었다. 비를 맞고 달려서 신발이 젖어 고민이었는데 해결사를 만났다.


사실 세탁도 하고 건조도 하면 좋겠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건조만 돌렸다. {100엔 지출} 20분이 지나고 건조만 돌려서 냄새가 날까 싶어 긴장하고 꺼내봤는데 냄새도 나지않고 신발이 뽀송뽀송하게 잘 익었다. 건조만 돌린 세탁물은 시간이 다 되었지만 드럼에 남은 온기까지 흡수하도록 좀더 두었다가 꺼냈다.


날씨가 아직 흐렸지만 비도 그치고 뽀송뽀송해서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 어라?


  날씨도 안좋은데 사서 고생하는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마음속으로 순례자 양반의 건투를 빌었다.


  비가 그치더니 오늘 역풍이 장난 아니구나. 비가 일찍 그쳐서 그만 날씨에 감사할뻔 했다....


  푸른 하늘을 두껍게 감싸고 있던 구름들도 조금씩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달리다보니 재미난 것을 발견했는데..


<시코쿠의 미니 다이몬지야마(大文字山)>

  뭔가 독특하고 재밌어서 찾아보니 교토에 있다는 다이몬지야마(大文字山)를 고대로 베껴놓은 건가 보다. 미니 다이몬지야마.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갯벌도 아닌데 참 편안해 보인다.>

<괴롭히기>

  그리고 산길을 가던 중 또 게를 발견했는데 이번엔 하얀 녀석도 있었다. 아쉽게도 하얀녀석 사진은 못찍었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찍을 수 있었다)

<다음 절까지의 거리는 33.8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숙박 광고>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또 쵸코빵)를 구매하였지만 {193엔 지출} 계속해서 달리는 자전거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달려댔다. 그러던 중 이번에도 순례자 휴게소가 나와준 덕분에 페달에서 발을 뗄수 있었다.



<하늘도 바다도 바람도 모두 심통이 난 모양이다>




  이때 당시 가난한 여행자의 눈에는 이게 '완전무료입니다.'로 보였다. 참 좋은사람들인가보다..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완전무농약입니다'라고 써있었던 걸 나중에 알았다. 다행히 저 과일에 대한 애착이 없었기에 절도범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원수를 만나고 싶은 다리가 보인다>


<이름이 독특한 '오키 비치'>


  따뜻한 우동국물이 생각나는 날이다. 평소 먹던 것과 다른 걸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전에 맛봤던 시푸드 컵라면과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점심으로 결정하고 간식거리로 핫케이크와 우마이봉을 골랐다. 핫케이크는 추후 된장남 놀이를 대비하여.. {387엔 지출}


<짠내 가득했던 바닷가 마을>





<이쪽 바다는 편안해 보였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파도소리가 들리고>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겠지..?>

<이 길을 올라왔다>

<아이스커피 {120엔 지출}>

  커피가 먹고 싶어서 별 생각없이 자판기에서 뽑았는데 배출구에 손을 넣고 살짝 후회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시원'하다.... 아침부터 비도 맞았는데..

<포장지의 한복을 입은 캐릭터가 왠지 놀리는 듯 하다..-_->

  우마이봉 '돼지김치 맛'. 김치찌개를 벤치마킹한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희안하게도 과자에서 김치의 '젓갈'맛이 났다. 대단한 재현력...이었지만 다시 사먹은 적은 없었다.


잠시 앉아서 경치를 음미하며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38번 콩고후쿠지 앞까지 올라오자 바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댔다.

<四国 第38番 金剛福寺>


<거북이가 지켜주는 절인가 보다>

<왼쪽은 거북이대사(大師亀)>


<절 안의 연못>

<이 똑똑한 녀석은 강한 바람에도 이렇게 영리하게 넘어져 있었다>

  절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뭔가 특별한 듯한 공원이 있어서 들려서 가기로 결정했다. 몸이 휘청휘청할 정도로 강하게 부는 바람을 뚫고 공원의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시코쿠 최남단'에 도착했다.

<이곳이 시코쿠 최남단>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좀 있었는데 그 중 한 커플이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줬다. 보통 일본인들은 한국사람이라는 말에 "안뇽하세요" 하고 인사말이 나오기 마련인데 한국사람이라는 말에 "여보세요"는 뭐니...


<바람의 세기가 소리로 느껴진다>

<간단하게 파노라마도 한장>

  올라온 길로 내려가야 하는지 반대쪽으로 내려가야 하는지 몰라서 주차장 근처의 오토바이 여행자에게 물어봤는데 바람때문에 지도가 날아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침에 비가 그치더니 이윽고 해가 비추기 시작한다>

<레드카펫 위를 달리듯 환영받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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