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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th day :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가족 上
잠자리는 편했지만 모기 때문에 잠을 잘 못잤다. 자는 와중에 한마리 잡았지만. 나는 큰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납경을 받지 않는 나는 시간 에 관계없이 순례를 해도 상관 없었기 때문에 이시카와 아저씨보다 일찍 나갈 예정이었다. 채비가 마무리 될 즈음 옆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아저씨가 깨신 것 같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이시카와 아저씨(볼 수록 김C와 닮았다)가 1회용 드립커피를 내려 놓았다. 커피를 먼저 마시고, 어제 사 놓은 도시락을 먹었다.
<한입에 먹기에 좀 곤란한 김밥>
그리고 화장실도 갈겸 자전거에 짐을 묶어 놓고 올려고 했는데 내가 가는건 줄 알고 아저씨께서 나오셨다. 내가 걱정이 되는지 어려운 일이 있거나 모르는거 있으면 연락하라고 다시 한번 당부하셨다. 어제는 내 카메라로, 오늘은 아저씨의 카메라로 자전거와 함께 나를 찍으셨다. 사실 어젯밤에 내가 일찍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작별인사를 해 두었지만 다시 한번 특유의 인사를 건내며 악수를 했다.
"마따 도코카데.(또 어딘가에서.)"
<사카에 택시의 한쪽 벽면>
<사카에 택시의 다른 한쪽 벽면>
아따 아침부터 덥구나-
편의점에서 화장실을 들리려고 했는데 누가 있어서 간식으로 먹을 오니기리 하나만 사고 나왔다. {128엔 지출}
<오니기리(삼각김밥) - 에비마요(새우마요네즈)>
<17번 이도지로 가는길>
<서울에선 보기 힘들어진 건널목>
<2량의 짧은 기차가 지나간다>
<줄이 잘맞은 논>
<四国 第17番 井戸寺>
<너도 꽃 배경으로 한장 찍어줄게>
<햇살이 좋다>
철쭉이 예쁘게 피어 있던 17번 이도지(井戸寺)를 지나 잘 가다가 또 길을 잃었다. 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에서 달리는 터라 출근길 직장인, 등교길 학생들로 정신이 없었다.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만의 신호가 따로 있는 곳도 있다>
<저 요상한 탑 덕분에 이곳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어엇, 무지개!>
<등교길의 아이들>
편의점에 들러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알려주었지만 달리다보니 다시 그 편의점 앞이었다............. 편의점에 다시 물어보긴 뭐해서 그 앞에 있던 경찰에게 다시 물어봤다. 다시한번 친절하게 안내를 받고 출발하려고 보니.. 태극기가 없다!! 감쪽같이 사라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어지니까 힘이 쫙 빠진다. '의외로 힘이 안나네..' 일단 경찰이 알려준 길이 마침 되돌아 가는 길이라 건너편까지 샅샅히 훑어보며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앗!!!!!! 조금 때가 묻었지만 그자리 그대로 길 한복판에 떨어져 있었다.
<으악, 나의 조국이.>
생각보다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이제 미련없이 페달을 밟아도 되겠구나.' 태극기를 다시 단단히 꽂고 길을 건너려고 신호 대기중이 었는데 왠 일본 아저씨가 시간을 물어왔다. 나는 손목의 시계를 내밀어 보였다. 태극기를 보고 한국에서 왔냐고 묻던 이 아저씨는 TV에서 한국어 강좌 같은걸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잠시 얘기하다가 집이 바로 앞이라고 커피한잔 마시고 가라고 했다. '낯선사람 따라가지 말랬는데. 괜찮겠지?' 아저씨의 뒤를 따라 금방 도착한 곳은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한 가정집이었다.
일본의 가정집을 직접 보는건 처음이었다. 커피를 냉큼 한잔 대접해 주시더니 방에서 갖가지 한국에 대한, 한국어에 대한 책들을 가지고 나오셨다.
<장갑 옆에 보이는 빵도 먹었다.>
지금쯤 안심해도 되는 이 아저씨의 이름은 가키하라 히로미(柿原 広美, 60세).
<가키하라 가족 - 딸은 쌩얼이었기 때문에 예의상 잘라내었다>
아저씨가 예전에 했던 시코쿠 순례의 기념 사진까지 보고 나자, 한쪽 방안에서 아저씨의 딸이 나왔다. 가키하라 시나(柿原 志奈, 28세). (언뜻보면 아저씨와 딸의 이름이 바뀐것 같지만 아니다..)
<아저씨의 시코쿠 순례>
한국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한국의 부동산 체계(?) 등등을 설명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본인은 한국어로 질문하고 한국인은 일본어로 대답하는 시점이 되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오늘의 목표는 고치(高知)현으로 가서 태평양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무리라고 했다. '음 엄청 먼가..' 내가 그래도 가고 싶다고 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서 다니라고 했다. 시간이 꽤 지난 듯해서 슬슬 가보겠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아저씨가 한쪽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옷과 삿갓을 주셨다. 안그래도 삿갓은 욕심이 났는데 정말 감사했다. "자전거니까 이건(지팡이) 필요없지?" 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과자와 초콜렛 같은 간식거리도 잔뜩 주셨다. 몇번이고 자고 가라고 하셨지만 이때가 아침이었고 나는 어느 정도 마음에 짐을 지고 시코쿠에 들어와서 이 섬을 돌아야 했기에 88개소를 전부 돌고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했다. 아저씨는 아쉬워 하시며 돈을 꺼내서 주시려고 했다. 얻은 것도 많고 해서 한사코 거절을 했는데 식사 대접 을 못하는 대신 주는 '오셋다이'라고 받으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받았다. '인연을 만드는 곳이구나 시코쿠는.' 하루에 한명씩은 큰 도움을 주는 인연들이 꼭 있었다. 큰길까지 배웅을 나온 아저씨께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폼나게 출발! ..했는데 길을 몰라 들키지 않게 살짝 빠져서 파출소에 길을 물어봤다.
<* 스게카사, * 뱌쿠에, 간식, 돈 까지.. 가키하라 아저씨의 도움이 없었으면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순례자 옷을 입어서일까 아주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좀 헤매다가 지도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어디로 갈려고 하냐고 물어보았다. 18번 온잔지(恩山寺)로 가는 방법의 설명을 듣고 길에서 순례하는 한국 여자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오늘 목표가 고치현이라는 말에 "고치현 ?! 못가 못가." 다들 무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오기가 생겨서 '가고야 말겠다' 하고 다짐했지만, 나중에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했다. 물리적으로 안되는 것도 있는거다. 길가에서 강아지들의 응원을 받으며 18번 온잔지를 향했다.
<이제 조금 남았어! 힘내! 이런 응원 문구가 적혀 있었다.>
<四国 第18番 恩山寺>
<흔히 보이는 문닫은 주유소>
<음? 저건..?>
<아이구 이뻐라, 자세히 보니 아기 고양이였다.>
<四国 第19番 立江寺>
<나가면서 볼수 있는 20번 카쿠린지 가는 길>
<날씨도 좋고 신난 도라에몽>
<오른쪽으로 11km를 갔다가 다시 11km를 되돌아와서 10km를 더 가란 얘기냐.>
<상처입은 산>
19번 타쯔에지(立江寺)를 지나, 20번 카쿠린지(鶴林寺)로 가는 길에 아침에 산 오니기리(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편의점에서 녹차를 구입하여 통에 나눠 담았다. {103엔 지출}
<슬슬 질려가는 녹차>
20번 카쿠린지로 가는 길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되지 잠깐 고민했는데 친절하게 자전거는 차도를 이용하라고 써 있었다.
<고민할 무렵 아래의 안내판이 보였다>
<직역하면 '"자전거는 걷는 순례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차도를 통과하세요.">
여기가 지옥같은 업힐의 시작이었다. 올라가는 길은 각도도 엄청났고, 덥고, 거의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는데 끌고 오르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응원하는 표정은 아닌거 같은데..>
<계단식 논>
<리본이 인도하는 대로..>
<산딸기?>
<빨간색만 따라가자>
<정체모를 꽃>
온 힘을 짜내서 끌고 올라가는 데 어떤 순례자가 인사를 건냈다. 그 순례자 할아버지는 그렇게 쿨하게 인사를 하고 계속 올라가셨다...
<정말 쿨한 할아버지의 사뿐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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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뱌쿠에(白衣) : 또는 하쿠이. 수의의 역할을 하게되는 순례 복장
* 스게카사(菅笠) : 삿갓. 죽었을 때 얼굴을 가리는 역할을 함. 비나 햇빛을 가려준다.
시코쿠의 순례는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순례 중에 사망하는 것을 대비해 수의를 입고 얼굴을 가릴 삿갓을 쓰고 순례를 하던 것이 지금의 순례 복장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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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편했지만 모기 때문에 잠을 잘 못잤다. 자는 와중에 한마리 잡았지만. 나는 큰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납경을 받지 않는 나는 시간 에 관계없이 순례를 해도 상관 없었기 때문에 이시카와 아저씨보다 일찍 나갈 예정이었다. 채비가 마무리 될 즈음 옆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아저씨가 깨신 것 같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이시카와 아저씨(볼 수록 김C와 닮았다)가 1회용 드립커피를 내려 놓았다. 커피를 먼저 마시고, 어제 사 놓은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화장실도 갈겸 자전거에 짐을 묶어 놓고 올려고 했는데 내가 가는건 줄 알고 아저씨께서 나오셨다. 내가 걱정이 되는지 어려운 일이 있거나 모르는거 있으면 연락하라고 다시 한번 당부하셨다. 어제는 내 카메라로, 오늘은 아저씨의 카메라로 자전거와 함께 나를 찍으셨다. 사실 어젯밤에 내가 일찍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작별인사를 해 두었지만 다시 한번 특유의 인사를 건내며 악수를 했다.
"마따 도코카데.(또 어딘가에서.)"
아따 아침부터 덥구나-
편의점에서 화장실을 들리려고 했는데 누가 있어서 간식으로 먹을 오니기리 하나만 사고 나왔다. {128엔 지출}
<2량의 짧은 기차가 지나간다>
철쭉이 예쁘게 피어 있던 17번 이도지(井戸寺)를 지나 잘 가다가 또 길을 잃었다. 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에서 달리는 터라 출근길 직장인, 등교길 학생들로 정신이 없었다.
편의점에 들러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알려주었지만 달리다보니 다시 그 편의점 앞이었다............. 편의점에 다시 물어보긴 뭐해서 그 앞에 있던 경찰에게 다시 물어봤다. 다시한번 친절하게 안내를 받고 출발하려고 보니.. 태극기가 없다!! 감쪽같이 사라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어지니까 힘이 쫙 빠진다. '의외로 힘이 안나네..' 일단 경찰이 알려준 길이 마침 되돌아 가는 길이라 건너편까지 샅샅히 훑어보며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앗!!!!!! 조금 때가 묻었지만 그자리 그대로 길 한복판에 떨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이제 미련없이 페달을 밟아도 되겠구나.' 태극기를 다시 단단히 꽂고 길을 건너려고 신호 대기중이 었는데 왠 일본 아저씨가 시간을 물어왔다. 나는 손목의 시계를 내밀어 보였다. 태극기를 보고 한국에서 왔냐고 묻던 이 아저씨는 TV에서 한국어 강좌 같은걸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잠시 얘기하다가 집이 바로 앞이라고 커피한잔 마시고 가라고 했다. '낯선사람 따라가지 말랬는데. 괜찮겠지?' 아저씨의 뒤를 따라 금방 도착한 곳은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한 가정집이었다.
일본의 가정집을 직접 보는건 처음이었다. 커피를 냉큼 한잔 대접해 주시더니 방에서 갖가지 한국에 대한, 한국어에 대한 책들을 가지고 나오셨다.
지금쯤 안심해도 되는 이 아저씨의 이름은 가키하라 히로미(柿原 広美, 60세).
아저씨가 예전에 했던 시코쿠 순례의 기념 사진까지 보고 나자, 한쪽 방안에서 아저씨의 딸이 나왔다. 가키하라 시나(柿原 志奈, 28세). (언뜻보면 아저씨와 딸의 이름이 바뀐것 같지만 아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한국의 부동산 체계(?) 등등을 설명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본인은 한국어로 질문하고 한국인은 일본어로 대답하는 시점이 되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오늘의 목표는 고치(高知)현으로 가서 태평양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무리라고 했다. '음 엄청 먼가..' 내가 그래도 가고 싶다고 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서 다니라고 했다. 시간이 꽤 지난 듯해서 슬슬 가보겠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아저씨가 한쪽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옷과 삿갓을 주셨다. 안그래도 삿갓은 욕심이 났는데 정말 감사했다. "자전거니까 이건(지팡이) 필요없지?" 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과자와 초콜렛 같은 간식거리도 잔뜩 주셨다. 몇번이고 자고 가라고 하셨지만 이때가 아침이었고 나는 어느 정도 마음에 짐을 지고 시코쿠에 들어와서 이 섬을 돌아야 했기에 88개소를 전부 돌고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했다. 아저씨는 아쉬워 하시며 돈을 꺼내서 주시려고 했다. 얻은 것도 많고 해서 한사코 거절을 했는데 식사 대접 을 못하는 대신 주는 '오셋다이'라고 받으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받았다. '인연을 만드는 곳이구나 시코쿠는.' 하루에 한명씩은 큰 도움을 주는 인연들이 꼭 있었다. 큰길까지 배웅을 나온 아저씨께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폼나게 출발! ..했는데 길을 몰라 들키지 않게 살짝 빠져서 파출소에 길을 물어봤다.
순례자 옷을 입어서일까 아주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좀 헤매다가 지도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어디로 갈려고 하냐고 물어보았다. 18번 온잔지(恩山寺)로 가는 방법의 설명을 듣고 길에서 순례하는 한국 여자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오늘 목표가 고치현이라는 말에 "고치현 ?! 못가 못가." 다들 무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오기가 생겨서 '가고야 말겠다' 하고 다짐했지만, 나중에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했다. 물리적으로 안되는 것도 있는거다. 길가에서 강아지들의 응원을 받으며 18번 온잔지를 향했다.
19번 타쯔에지(立江寺)를 지나, 20번 카쿠린지(鶴林寺)로 가는 길에 아침에 산 오니기리(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편의점에서 녹차를 구입하여 통에 나눠 담았다. {103엔 지출}
20번 카쿠린지로 가는 길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되지 잠깐 고민했는데 친절하게 자전거는 차도를 이용하라고 써 있었다.
여기가 지옥같은 업힐의 시작이었다. 올라가는 길은 각도도 엄청났고, 덥고, 거의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는데 끌고 오르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온 힘을 짜내서 끌고 올라가는 데 어떤 순례자가 인사를 건냈다. 그 순례자 할아버지는 그렇게 쿨하게 인사를 하고 계속 올라가셨다...
이만기야 뭐야..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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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뱌쿠에(白衣) : 또는 하쿠이. 수의의 역할을 하게되는 순례 복장
* 스게카사(菅笠) : 삿갓. 죽었을 때 얼굴을 가리는 역할을 함. 비나 햇빛을 가려준다.
시코쿠의 순례는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순례 중에 사망하는 것을 대비해 수의를 입고 얼굴을 가릴 삿갓을 쓰고 순례를 하던 것이 지금의 순례 복장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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