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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5th day : 태평양을 만난 된장남 上

menzuru 2010. 12. 2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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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th day : 태평양을 만난 된장남 上

  거지놀이 다섯번째 날이다. 잠자리는 가게가 텐트를 감싸주어 아늑했고, 발밑으로 이따금씩 비추는 자동차의 불빛도 운치있었다. 배는 고팠지만..


  배는 잔뜩 움츠린 채 밤새 큰소리로 시위중이었다. 내부에서의 준비를 먼저 마치고 나서 나의 서느런 이글루 밖으로 나가 해를 마중했다.


    취사를 하거나 한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게앞에서 나만 치우면 됬다.

<깔끔!>

  준비를 마치고 새벽의 한기에 몸이 풀리지 않아 자판기에서 밀크티를 뽑아 마셨다.


  '아....'
  새벽산의 냉기속에서 마시는 미지근한 밀크티는 마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마시는 미지근한 물처럼 탄식을 토하게 했다. 분명히 HOT이었는데!! {120엔 지출}

<가로등이 옷을 입은채 굽신거리고 있었다.>


<나이프로 문지른 듯한 구름의 모양>


  아침놀을 맞으며 인적드문 이른아침의 길을 달리는 것은 꿈속 같이 행복하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이었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노인도 있었다. 가벼운 인사를 건내고 하천 건너편까지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며 달렸다.

<다왔다! 22번 뵤도지(平等寺)>



<四国 第22番 平等寺>

  22번 절에 도착해서 혼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절에 계신 분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 분은 새벽부터 자작한 *스테디 캠으로 보이는 장치를 들고 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셨는데 장치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시연을 해주셨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온다는 설명도 함께.


  이 분은 나와 함께 절을 돌면서 해야하는 의식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1번 료젠지에서 키노우치 할아버지가 알려주셨던 것까지 두번째다.


<물안에 꽃과 나무가 있다>

  대사당과 본당을 거쳐 의식을 마치고 나와서 오늘 고치현에 가서 태평양을 보는게 목표라고 했더니 아마 할 수 있을거라고 했다. '아 오늘은 갈수 있나보다..' 그리곤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큰 시코쿠 안내지도를 가져다 주셨는데 시코쿠 순례 내내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여행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도움을 주고있다. 




  도쿠시마(德島)현의 끝 고치(高知)현의 시작으로 가는 길. 뭔가 먹고 싶었지만(먹어야 했지만) 달리기 좋은길이 계속되고 편의점이 나올만한 길이 아니었다.

<휴게소에선 쉬었다 가는게 인지상정!>

<어젯밤의 처절한 흔적들>

<내리막 길의 끝에서 신호에 걸리면 죽음이다>

  슬쩍 바다가 보였다.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 나는 바다로 들어가는 길이 나올때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클릭! Click!
<타이노하마(田井ノ浜) 해수욕장>

  와.. 태평양이다.. 나는 자전거와 함께 서둘러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처음만난 태평양>

<자전거가 모래사장을 좋아했을지 모르겠다..>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슬슬 출발해야 하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타이노하마 휴게소, 남쪽으로 내려온게 실감나는 풍경>


<터널의 이름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고요한 어촌을 꿰뚫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달려나갔다.



<자기자리가 확실한 녀석>


<구형 프라이드 같이 생긴 자동차가 화분이 되어 있었다>

<마치 파마머리(호일펌?)같다>

<부산 태종대에서 본 듯한 풍경>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가더라도 산속을 지나간다. 오히려 해안도로에는 역풍까지 있어 더 힘든 느낌이었다. 바다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지만.


<작은 배가 편안해 보이던 젊은 청년>





<매번 뽑아먹는 음료수. {150엔 지출}>



<나를 알아보고. 고개씩이나 돌려주시다니.>

<야쿠오지가 보인다>

<四国 第23番 薬王寺>

  어제 저녁부터 이렇다 할만한 것을 뱃속으로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가 무엇보다 간절했다. 다른때보다 든든하게 먹고 싶어 큰맘먹고 고른 도시락이 398엔짜리다. 군대 훈련소에서나 느낄법한 소박한 기쁨과 감사함이다. {503엔 지출}. 편의점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근처 미치노에키에서 먹었다.

<큰맘먹고 선택한 도시락과 녹차가 질려 선택한 애플티>

  밥을 먹고 좀 쉬다가 확인해보니 무선AP(와이파이~)신호가 있었다. 쉴때마다 한번씩 켜봤는데 신호가 없어서 쓸일 없겠거니 했는데.. 신기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암호가 걸려있었고 포기하려는 찰나, 비번이 적혀있는 안내문을 발견하였다. 한국으로 여행중 찍은 사진같은 것들을 메일로 보내고 인터넷 무료 문자도 보냈다.

<또하나의 소소한 기쁨>

  밥을 먹고 한참을 쉬자 나른해져 왔다. '진한 커피와 샌드위치가 생각나는구나..' 갑자기 김C를 닮은 이시카와 아저씨께 받아놓은 1회용 드립커피가 생각났다. 나는 출발하면서 도시락을 구매한 편의점에 다시 들러 샌드위치(..비슷한 저렴한 것)과 비상용 빵을 구입했다. {205엔 지출} 거지놀이 5일째, 잠은 텐트에서 자면서 된장질을 하게 되는구나..


  휴식도 충분히 취했고 힘내서 달리면서 커피와 샌드위치(..비슷한 것)로 된장남 놀이를 할 장소가 나오길 기대했다. 달리다가 순례자를 위해 물을 제공하는 곳을 보기도 하였는데 옆에 어떤 물인지에 대한 설명은 꼭 빠지지 않았다. 섬 전체에 순례자에 대한 사소한 배려가 스며있었다.

 <직역 : 오헨로상 수고하십니다. 이 물은 500미터 상류의 계곡물입니다. 아무쪼록 잘 사용해주십시오.>

<가게에도 순례길 표시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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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디 캠(steady cam) :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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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차는 기록이 다른날 보다 현저하게 적어서 글이 별로 없습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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