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전거 여행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5th day : 태평양을 만난 된장남 下

menzuru 2010. 12. 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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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th day : 태평양을 만난 된장남 下

  서울촌놈인 나는(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바다를 따라 달리는 해안도로가 마냥 멋지고 즐거웠지만 내 눈과 손을 통해서 지루한 사진으로 남겨진 것 같아 아쉽다.


  며칠간의 유랑생활로 도시생활에 대한 향수(鄕愁)를 느껴 계획한 된장남 놀이. 그 계획을 실행할 장소를 마침내 발견하고 들뜬 마음으로 자전거에서 내렸다.


  버너를 꺼내 벤치 다리 사이에 설치하여 바람을 차단하고 코펠에 물을 끓였다.


  드립포트 대신 코펠로 드립하고 커피잔 대신 밥그릇에 마셨지만 도시 속에 넘쳐나는 카페에서 흔히 마실 수 있는 커피보다 훨씬 큰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앤티크 벤치(?)에서 한껏 부리던 커피한잔의 여유도 짐과 함께 자전거에 매달고 다시 출발했다. 발견할 때마다 반가운 무인판매대에서 이번엔 감자를 한봉지 구입해 보았다. {100엔 지출} 감자들이 자잘한 것이 삶아 놓고 간간히 간식으로 먹으면 좋을것 같았다.




  바다에 계속해서 시선을 빼앗긴채 달리는데 어부로 보이는 분들이 뭔가 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때마침 가지고 있던 똑딱이 카메라가 안그렇게 생겨서는 줌이 10배(필름환산 380mm)정도라 손가락으로 줌레버를 가볍게 간지러 보았다. 근데.... 헉!!!!!!!!!!!!!

<뜨헉! 미안합니다.>

<너희도 목욕하니?>

<계속된 화살표의 안내>

<문닫은 가게 시리즈>


<얀마???>

  충격과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달리던 중 발견한 순례자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내가 보았던 순례자 휴게소 중 가장 복지(?)가 좋았던 휴게소였기 때문에 스페셜하게 사진을 추가로 첨부해 놓았다. (사진 아래의 '더보기' 클릭!)


   눈치껏 가져가라고 해놓은것 같아 휴게소 안에 있던 만쥬 한개씩과 음료 한병을 챙겼다. 자전거에 올라앉아 달리다보면 사실 힘들어도 배고파도 좀처럼 쉬게 되지 않는데 중간중간에 순례자 휴게소가 나오면 들르는 재미도 있고 멈춰서 쉬게 되어 좋았다. 마음속으로 감사를 표하고 다시 출발했다. 

<헤헤>

<이름이 잘 어울리는 휴게소 NASA.>

<左 - 아까 순례자 휴게소에서 챙긴 것들, 右 - 무인판매대에서 구입한 감자>




<무로토까지 50km!!>


<24번절까지 44km!!>


<이것도 미치노에키라는데.. 도저히 캠핑할 분위기는 아닌듯>

  원래 서핑으로 유명한 듯한 이 바닷가에서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호기심이 생겨 잠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해봤다. 사실 모양빠지는 슈트 때문에 서핑을 등한시 해왔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늙기 전에 꼭 도전해 보리라. 일단은 이거먼저.



<이제 고치(高知)현이다!>


<일본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묵묵히 길을 걷던 순례자 양반>

<고치현의 무로토市!>

<넉다운>

<해안도로에 뜬금없이 공중전화가. 사용량은 적어도 한건한건이 모두 중요할 듯하다>






<자연 위에 지은 집. 멋지다>

  지나가다가 조그만한 가게에서 저녁으로 먹을 미니컵라면을 2개 구입했다. {196엔 지출} 슬슬 캠핑 장소를 봐가며 달려야 했는데 마땅한 캠핑 장소가 나오지 않아 계속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엄청 큰 무로토의 '청년대사상(青年大師像)'>


<왠지 무시무시하다 - 御厨人窟(みくろど)>

  24번절 호쯔미사키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지만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일단은 캠핑 장소를 찾기 위해 지나쳤다. 조금 더 달리자 우미노에키(海の駅) 토로무 라는 곳이 나왔다. 보통이 길의 역(道の駅)이었으면 이번엔 바다의 역(海の駅)이다. 바닷가였기 때문에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이럴때를 대비해 가져온 스토퍼가 생각나서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바짝 잡아당겨 옆에 있는 평상(?)다리에 묶어 튼튼하게 설치 했는데 자면서 스토퍼를 설치한 내 자신이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른다(바람이 대단했다).


  락앤락통을 가져오지 않아 밥을 먼저 하면 덜어 놓을 곳이 없어서 면이 불더라도 물을 먼저 끓여서 미니컵라면 2개 다 물을 붓고 밥을 했다.

<둘다 미니. 큰사이즈랑 맛은 똑같았다>

<이번엔 밥이 잘됐다>

  배불리 먹고 남은 밥은 또 다시 코펠에 보관. 간단히 정리를 하고 누웠는데 동네 학생들로 보이는 녀석들이 떠들고 노래도 듣고 해서 좀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곳에 내가 신세지는 것이라 그러려니 하고 크게 불만 갖지 않았다. 누워있다가 문득 낯익은 음절들로 구성된 이 우미노에키의 토로무라는 이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토로무.. 토로무.. 토로무.. !!! 이곳의 지명 무로토(室戸)를 거꾸로 한거였구나..-_-


이동 : 미치노에키-와지키 -> 22번 뵤도지 -> 23번 야쿠오지 -> 우미노에키-토로무
숙박지 : 우미노에키-토로무(海の駅-とろむ)
지출 : 밀크티 120엔 + 음료수 150엔 + 도시락 398엔 + 애플티 105엔 + 계란샌드 105엔 + 잼빵, 도너츠 100엔 + 감자 100엔 + 미니컵라면 98엔X2 = 1274엔

↑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저자 : Lencer, 수정 : menzuru)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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