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전거 여행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6th day : 가장 안전한 캠핑

menzuru 2011. 1. 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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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th day : 가장 안전한 캠핑

  무로토의 토로무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이어질것 같던 매서운 바닷바람의 텃새도 새벽이 되자 파티가 끝난 연회장처럼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 고요함에 오히려 잠이 깨버렸다. 뱃사람들은 맨땅을 걸어다니면 멀미를 한다더니.. 비슷한걸까?

<신문이라도 돌려야 할 것 같은 새벽>

<저 앞쪽에 다른 여행자가 캠핑 중이다. 나는 오른쪽에서.>

<오늘도 해를 마중한다>

<불사조??>

<어제 라면을 두개나 먹고자서 그런지 목이 말랐다. {150엔 지출}>


<특이한 집모양>

  공복 업힐은 인격함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언덕일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침부터 공복에 딱 짜증나는 길이었다. 그 놈의 애물단지 밥은 반찬이 없어서 코펠채로 자전거에 매달고 다니는 중.

<저 끝에서 이 산까지. 내가 달려온 길.>

<반가운 표시>

<나무들이 바다를 보려고 달려드는 듯하다. 세일 코너의 아줌마들처럼.>

<남쪽나라의 정취에 자전거도 한장>

<왔구나. 더올라가 보자.>

<四国 第24番 最御崎寺>

<종석(鍾石)>

  바위의 움푹 들어간 곳을 두드리면 그 소리가 종소리 처럼 들린다. 돌을 두드리는 소리가 저승까지 닿는다고 한다.


<니새끼??!!!>


<동동동>

<四国 第25番 津照寺>

<언듯 보기에도 무지 가파르다>

<시코쿠의 순례길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세계화를 꾀하고 있구나..)>




<그림같은 풍경>

<입구의 서정적인 너구리와 처마 위에 나뒹구는 키티가 인상적인 가게>

<도라에몽의 분신술과 피카츄의 은둔술>

<암만봐도 사람같단 말이야..>


<四国 第26番 金剛頂寺>


<바다는 계속 멋지구리하다>

  지나가다가 들른 순례자 휴게소에서 구입해두었던 감자를 언제든 삶을 수 있게 씻어두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누군가 먹고 버리고 간 커피우유의 팩이 시선을 끌었다. 모양이 특이해서 한번쯤은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리코의 카페오레..

<길가에 세워진 불상과 그 뒤의 야구 소년들>

<아침부터 열정이 넘치는 야구단을 열정 넘치게 도촬.>



<파도가 멋지게 부서진다>

  고치현은 거쳐왔던 도쿠시마현과는 느낌이 달랐다. 바다를 닮아 과묵한 고치현을 달리던 나는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적어져서 일까, 고독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 고독감이 아침의 공복 업힐과 맞물려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아침식사를 할 편의점(?)이 있어 들어갔는데 물건도 많이 비어있고 좀 독특한(허접한) 느낌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주인 아줌마도 좀 이상했다.(..라고 메모 되어있음) 의衣, 식食, 주住 중에 뭐하나 변변한거 없이 달려왔던 나는 날카로워진 신경을 달래기 위해 세가지 중 식食에 해방감을 주기로 했다. 먹을 수 있던 없던 땡기는 건 다 골라샀다. {535엔 지출} 아까 보았던 특이한 모양의 커피우유도 구입했다.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지만 시원해서 좋았다. 편의점 앞의 식탁에서 미니컵라면에 남은 밥을 먹고 야키소바도 먹었다. 배가 터질것 같아서 오무라이스는 저장. 역시 먹을 걸 마구 먹고 나니 기운이나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마음놓고 고른다고 고른게 535엔. 저 커피우유가 아까 그 녀석.>

<바다를 보며 결의를 다진다. 결의에 찬 주먹.>



<처음먹어 본 환타 화이트. {150엔 지출}>

  환타 화이트를 처음 먹어봤는데(보기도 처음봤다) 그늘하나 없는 땡볕아래를 내내 달리다가 자판기에서 갓나온 차가운 음료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내니 모든 감각이 식도를 따라 일렬종대로 늘어서 그 시원함을 온몸으로 전해 주는 느낌이었다. 설명은 거창하지만 맛은 암바X? 밀키X? 비슷한 맛이었다.

<길가의 버려진 듯한 연못>

<....에도 금붕어가 있다. 금붕금붕>

<미치노에키 타노에키야. 입간판 위의 전차미니어쳐가 귀엽다.>


<한반도를 닮은 모래사장>


<물살이 특이해서 동영상으로 담아보았다>


<바다를 좋아하는 녀석들>

<콘크리트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무궁화. 그 강인함이 한국인과 같다.>

<국기와 국화의 상봉>


<개구리를 찾아라>

<이 자슥들이.. 안보이는 줄 알지??>

<계속된 언덕길에 화장실 앞의 나무들처럼 머리가 거꾸로 솟을 지경.>

<자주 마시는 음료수 {150엔 지출}>

<다 왔구나~>

<四国 第27番 神峰寺>



<토사의 명수(土佐の名水「神峯の水」)>

  코노미네지의 안에는 '토사의 명수(土佐の名水)'중의 하나인 「神峯の水」가 있다. 토사(土佐)는 고치(高知)의 옛 지명이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이 토사, 고치에는 100군데가 넘는 명수(名水)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최고만을 골라낸 40곳 안에도 이 「神峯の水」가 있다. 나도 빈 물통에 한가득 담았다.

<도마뱀, 꼬리 색이 독특하다>

<꽃이 향기로운 풍경>

<왠지 슬픈 동행이인(同行二人)>

  동행이인(同行二人)이란 말은 순례길의 개척자 홍법대사(弘法大師:코보다이시)가 순례자들의 곁에 늘 함께한다는 뜻이다.

<아이스크림, 캔커피.. 그리고 문제의 돼지축사맛라면. {332엔 지출}>

<녹차도 한통. {103엔 지출}>

<자전거 탄 사람은 무릎위만 타나보다. 스타일 안나..>

  그리고 자전거 고속도로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달리기 좋은길이 계속 되었다.

<또 다른 순례자의 모습>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

<분위기 있는 모습>

<..에 자전거도 더해서 한컷.>

<달리면서도 촥촥!>

<인사하는 녀석들. 나를 알아보고..(바닷바람의 힘일까?)>


<신나게 달리던 나를 가로막은 녀석은..>

<돼지구나.. 뒈질라고..>


<미치노에키 이름이 야스, 야씨팍이다. 큭큭.>

<역 이름이 아까오까. 큭큭.>

  아까의 자전거 고속도로(?)가 끝나고, 슬슬 캠핑 장소를 물색하며 달렸는데 딱히 마땅한 장소가 나올것 같지 않아서 아까의 '야씨팍'으로 되돌아 왔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맥주와 우마이봉 3개 구입. {220엔 지출})

<야씨팍에 지는 해>

 
  야씨팍에 도착하자 해가 스믈스믈 넘어가고 있었다. 노점들의 장사가 거의 마무리 될 즈음 앞에 노점을 하시는 분들께 여쭈어 보았다.
 "저쪽에서 캠핑 해도 괜찮을까요?"
 "예 아마 상관없을겁니다. 저 가게(건물)영업 끝나고 하시면 괜찮을 거에요."

  그러면서 더 괜찮은 캠핑장소가 있나 같이 돌아봐 주셨다. 좀 둘러보자 화장실 뒤쪽에 평상같은 것들이 늘어선 꽤 괜찮은 장소가 있었다.
 "저 뒤에 파출소가 있으니까 안보이게 이쪽에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저씨가 가시고 건물의 영업시간이 끝날때를 기다리다가 평상에 써진 글귀를 보니 노숙 금지라고 써있는 것 같았다. 괜히 이런데서 캠핑하면 어차피 경찰을 만나야 하니까 먼저 파출소를 찾아갔다. 파출소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벨을 누르자 파출소 옆쪽에 상주하고 계시는 듯한 아저씨가 나오셨다.
 "저쪽에 텐트치고 자도 될까요?"
 "예 괜찮습니다"
 "노숙 금지라고 써있던데.."
 "시끄럽게만 안하면 괜찮아요"
 "지금 바로 텐트 설치해도 됩니까?"
 "예 됩니다"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에 신나서 바로 설치하려고 짐을 풀었다. 근데 아까도 있었나 싶은 집나온거 같은 남녀한쌍이 이방인을 쳐다보는 일본인 특유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신경 안쓰고 텐트를 치려고 하는데 이자식들이 만지고 쪽쪽 빨고 난리났다. 그래그래 좋을때니까 만지던 쪽쪽빨던 다 좋다 이거야. 근데 왜 눈은 날보냐!! 서로 신경 안쓰면 좋잖냐!
 '허긴.. 내가 니들 자리 뺐은거지..-_-'
 날은 이제 완전히 컴컴해졌지 피곤하지. 이제와서 캠핑 장소를 옮기기도 곤란한 상황이라 나는 다시 파출소로 찾아갔다.
 "저기 애들이 쪽쪽거리고 난리났어요. 다른 장소 없으면 난 지금 나가서 달리겠습니다"
 나는 이런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파출소 옆의 주차장을 내주었다. 이렇게 나는 '가장 안전한 캠핑'을 하게 되었다. 파출소 옆에서 텐트치고 잘 줄이야.. 신나게 텐트를 치고 아저씨가 안내해 준 파출소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었다. 씻고 나오는데 아저씨가 나와계셨다.
 "식사 했습니까? 식사"
 "이제 먹으려고 합니다"
 "그럼 같이 가죠"

 아저씨는 이미 마음먹고 나왔다는 듯 식사를 권했고 나는 아저씨의 차를 타고 내가 아까 지나갔다가 되돌아 왔던 길을 차를 타고 다시 달려서 식당으로 갔다.
 '내일 이 길을 다시 달려야 겠지.'
 식당에 들어서서 메뉴판을 보자 가격이 전부 1000엔이 넘었다. 가장 안전한 캠핑을 하는 값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았고, 오늘부터 먹는거는 마구 먹기로 하기도 했으니 이 정도 부담은 견딜만 했다.

<야스파출소의 경찰 아저씨>

<만화책에 심취한 부자(父子)>

  식사를 하면서 대장금 얘기라던가 일본은 모바게(아마 모바일 게임?)가 유행이라던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시코쿠에 한국 사람들도 최근에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살면서 한국사람 처음본다고 했다. '음.. 내가 일본사람 처음본건 언제였지..?'
  식사를 무지하게 배불리 마치고 음료수까지 한잔했다. 아저씨가 내것까지 계산하셔서 내가 1000엔 짜리 지폐를 서둘러 내밀었는데 한사코 거절하셨다.
 "주차장 내주신 것도 감사한데.."
  파출소로 돌아와서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는 다시 내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텐트 안에서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누웠다. 도로의 차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이렇게 안심하고 텐트 안에 누워 있어 본건 거실에 텐트 설치해놓고 안에 기어들어가서 누웠던것 빼고는 처음이었다. 고치현에 들어와서 사람을 마주칠일이 적어져서 인연이 없나 했는데 이 늦은 시간에도 결국 인연이 있었다.
'하루에 한분 씩은 꼭 기억에 남는 도움을 주시는 구나..'

이동 : 우미노에키-토로무 -> 24번 호쯔미사키지 -> 25번 신쇼지 -> 26번 콩고쵸지 -> 27번 코노미네지 -> 야스 파출소(미치노에키-야스 옆)
숙박지 : 야스 파출소(코난경찰서야스주재소-香南警察署夜須駐在所)
지출 : 음료수 150엔 + 미니컵라면 105엔 + 오니기리 135엔 + 야키소바 190엔 + 커피우유 105엔 + 음료수 150엔 + 음료수 150엔 + 돼지축사맛라면 128엔 + 아이스크림 126엔 + 캔커피 78엔 + 녹차 103엔 + 맥주 190엔 + 우마이봉 10엔X3 = 1640엔

↑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저자 : Lencer, 수정 : menzuru)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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