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전거 여행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3rd day : 김C 아저씨와 사카에 택시 下

menzuru 2010. 11. 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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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rd day : 김C 아저씨와 사카에 택시 下

  쇼산지(焼山寺) 안을 구경 하고 13번절 다이니치지(大日寺)를 지도에서 찾아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길래 살짝 짜증이 났다.(순례코스가 일반적인 자전거 여행과 다른점이다. 산을 지나가는것 뿐만 아니라 절을 만나러 산으로 들어가야 하며, 순례 코스에 따라 왔던길을 되돌아가는경우도 많다)

<개나소나 지칠만 하다>

  날도 덥고 좀 쉬어갈겸 밥이나 먹고 가려고 사두었던 오니기리랑 소고기 고로케를 먹었다.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식사 광경>

<실상은 벼랑 끝의 살떨리는 식사>
 
  그리고는 쾌속 다운힐. 마치 받는데는 2시간 걸린 파일이 1초만에 지워지는 듯, 두시간 가량 올라왔던 산을 내려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무하게도 말이다.

<8분 만에 끝난 다운힐 (흔들림이 심함)>

  내려와보니 최고 속도 50km/h가 찍혀 있었다. 해가 드는 위에선 더웠는데 내려올 땐 추워서 몸이 떨릴지경이었다.

<이번엔 물건이 있는 무인판매대, 사고싶은게 없었다>

<귀여운 자동차>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다가 산을 오르기 전에 음료와 고로케를 샀던 가게에 다시 들렀는데 조금 둘러보다가 그냥 아까와 똑같이 샀다. {158엔 지출}


  계산을 하면서 카운터의 점원에게 13번절 가는길의 방향을 물어봤는데 지도까지 주면서 설명을 해줬다. "~에 토네루가 있습니다. 거기서~" 일본의 영어발음은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어 별로 놀랄것도 없지만 토네루에 대해서는 잠깐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터널의 일본발음)

<오르막길~ 내리막길~>

<폐교된 듯한 학교>

<안쓰는 듯한 풀장>

<문닫은 주유소>

<너희들도 안녕~>

<四国 第13番 大日寺>

<四国 第14番 常楽寺>

  샤방샤방하게 달려 13번 다이니치지를 지나 14번 조라쿠지(常楽寺) 앞에서 추노에 나쁜놈역으로 나온 이종혁씨를 닮은 아저씨를 만났다. 먼저 인사를 건내온 아저씨는 내게 자전거로 고생이 많다고 응원해주었다.(목소리도닮았다)

<멋진 나무와 조라쿠지의 본당>

<그림자 놀이>

<귀여운 꼬마들 - 피구왕통키에 나왔던 가방을 메고 있다.(란도셀)>



<四国 第15番 国分寺>

<四国 第16番 観音寺>

  절들이 가까워 별일없이 15번 코쿠분지(国分寺)를 지나 16번 칸온지(観音寺)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왠 할아버지가 "*납경 받아야 하는가?" 하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다. 납경은 절마다 300엔씩 지불하고 받아야 하는데 이 동전 3개는 88개의 절을 전부 돌고나면 26400엔(100엔=1400원 기준, 약 37만원)이라는 놀라운 금액이 된다. 그래서 난 납경대신 절의 문앞에서 자전거를 놓고 사진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어서 잘곳은 정해졌냐고 물어보시길래 숙박업에 종사하시는 분인가 싶었는데 이 오지랖 넓으신 할아버지는 감사하게도 내가 오늘 자야할 곳을 알려주셨다. *젠콘야도 "사카에 택시(栄タクシー)"라고 다들 거기에서 잔다고 했다. 정말 감사한 부분은 무료라는것. 무료라는 말에 할아버지가 자세히 알려주시는 길을 필사적으로 외우기 시작했다.

<길을 알려주시는 할아버지>

<상세히 알려주시고 쿨하게 가버리셨다>

  '저 카가미에서 미기로 200미터, 거기서 미기로 300~400미터....' 목판에 경을 세기듯 혼신의 힘을 다해 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 저사람도 거기 갈거니까 같이가면 되겠네". 하는 말에 살짝 경계하며 '저사람'을 봤는데 '저사람'은 '그사람'이었다. 아까 12번 절에 갈때 우연히 마주쳤던 김C를 닮은 일본인 아저씨. 이 아저씨의 이름은 이시카와 사에키(石川 佐重喜, 50세). 필사적으로 외우고 있던 사카에택시로 가는 길은 길을 잘알게 생긴 이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시원하게 잊어버렸다. 나는 서둘러 절을 구경하고는 같이 시코쿠의 명물 젠콘야도(..라고 사카에 택시 앞에 써 있음) 사카에 택시로 향했다.

<가던길에 발견한 '한국 샵'>

<'뜨거운감자'의 '김C'를 닮은 이시카와 아저씨>

  아저씨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나는 자전거를 끌고 같이 걸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걷자 금새 사카에 택시에 도착했는데 주인아저씨는 주무시고 계셨다. 나보다 일본어에 능숙한 이시카와 아저씨(당연하다.)가 조심스럽게 아저씨를 깨워 두사람이고 오늘 묵고 가겠다. 뭐 그런 얘기를 하는듯 했다.


 
  사카에 택시의 주인아저씨는 자다가 깨셨는데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듣고 주인아저씨는 최근에 한국 여자가 왔었다고 말씀하셨다. '생각보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나보구나..'


  사카에 택시의 방은 두개로 되어있다. 운좋게도 다른사람이 없었으므로 각각 방을 하나씩 쓸수 있었는데 이시카와 아저씨가 차도쪽은 아무래도 시끄러울수 있으니 안쪽방을 쓰라고 양보해주셨다. 짐정리와 샤워를 먼저하고 도시락 할인 시간에 맞추어 저녁거리를 사러 가기로 결정했다.
  간단하게 짐정리를 마치고 내가 샤워하러 갈때 세면도구만 들고 가자 "젠콘야도에는 나쁜사람들도 있으니까 샤워할때는 귀중품은 꼭 가지고 다니도록 해" 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괜찮다고 하자(사실 훔쳐갈만한 것이 없어서..) "샤워하러 간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올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나쁜사람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제서야 난 귀중품이랍시고 카메라와 지갑만 챙겨서 내려갔다.

<카메라를 가지고 내려온 덕분에 찍을 수 있었던 욕실 사진>

  샤워를 하면서 욕실 안의 세탁기로 세탁도 했는데 문득 깨달은 사실이, '세제를 안넣었네..' 대충 괜찮은 것 같아서 나와서 빨래 널고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이시카와 아저씨를 기다렸다.

<빨래 끄읕!>

  도시락 할인 시간을 기다리며 정리를 하는데, 아저씨가 슬쩍 드립커피를 건냈다. 커피를 좋아하던 나였기 때문에 매우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혹시 순례중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도 받았다. 나는 딱히 뭐 드릴게 없어 하나 남은 양갱을 드렸다.

<아저씨가 건넨 *오사메후다>

  정리를 마치고 같이 슈퍼에 갔다. 일본은 슈퍼가 최고다. 늦은 시간엔 반값 할인 상품들이 널려있어 편의점에서만 도시락을 구매하던 나는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먼저 도시락을 내일 아침것까지 2개 사고, 음료도 사고, 바나나도 사고~ 술한잔씩 하기로 하고 고르는데 술은 아저씨가 사주셨다. 그리고 일본스러운 음식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선회 같은 것(마마카리스즈케-청어종류 생선을 식초에 절인것)을 같이 먹을 안주로 골랐다. {442엔 지출} 다시 사카에 택시로 돌아와서 같이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반값반값반값~ 훈훈하다..>

  안주와 함께 술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져서 가지고 오게된 개인적인 고민같은 것들도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재밌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는, TV채널을 돌리던 중 야구가 나왔는데 이시카와 아저씨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인은 대부분 야구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나는 좀 의아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어렸을때 TV에 만화영화가 나올때 아버지가 야구만 계속 봐서 만화영화를 못봤다고. 그게 싫어서 야구가 싫어졌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아저씨가 녹차와 커피 중 무엇으로 하겠냐고 묻더니 후식까지 대접해 주었다.

<아주 맛이 좋았던 녹차>

  차를 마시며 서로 가진 자료들로 내일 일정을 확인하는데 나는 허접한 지도 하나만 가지고와서 아저씨의 자료를 복사 하기로했다. 그리고 순례를 하다보니 안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고, 순례자들은 좋은사람만 있는게 아니니까 부디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이런 자료들 몇가지를 복사하였다, 절 근처 숙소정보>

  편의점에 복사기가 있었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하고 난 쓰레기들을 가지고 와서 편의점 쓰레기통에 넣고 복사. {30엔 지출} 내내 텐트에서 잤었던 나는 때마침 전기가 필요한 참이었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서 줄줄이 충전을 꽂아놓고 잠이 들었다.
 
이동 : 카모지마공원 -> 11번 후지이데라 -> 12번 쇼산지 -> 13번 다이니치지 -> 14번 조라쿠지 -> 15번 코쿠분지 -> 16번 칸온지 -> 사카에 택시
숙박지 : 사카에 택시(栄タクシー)
지출 : 도시락 298엔 + 빵 105엔 + 오니기리 110엔 + 커피우유 78엔 + 음료 150엔 + 녹차 88엔 + 고로케 70엔 + 녹차 88엔 + 고로케 70엔 + 립톤홍차 70엔 + 도시락 149엔 + 도시락 134엔 + 바나나 89엔 + 복사 30엔 = 1529엔

↑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저자 : Lencer, 수정 : menzuru)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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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납경(納經) : 납경장에 있는 각 절의 해당 페이지에 묵서와 도장을 받는 순례 증명.

 * 젠콘야도(善根宿) : 순례자들을 위해 무료 혹은 저렴하게 제공하는 숙소.
 * 오사메후다(納札) : 본당과 대사당에 납입 하는 종이. 순례자의 명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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