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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기 18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4th day :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가족 下

- 4th day :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가족 下 올라탔다가 끌었다가, 거의 기다시피 해서 20번 카쿠린지에 도착했다. 20번절 카쿠린지는 입구의 산문부터 시작해서 본당까지 전체적으로 낡은 목조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절들이 대부분 그랬듯 엄청나게 큰 나무들. 본연의 멋이 묻어 나오는 절이었다. 역사를 빨아들인 듯한 고풍적인 모습에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기억도 낡아버릴 즈음, 아까의 그 괴물(?)할아버지를 만났다. "아 무지하게 힘드네요" 내 엄살에 할아버지는 21번 타이류지(太龍寺)는 로프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로프? 로프에 자전거도 실을 수 있다고? 할아버지는 전의 순례에서는 로프 이용하여 올라갔는데 이번엔 수행의 의미로 그냥 천천히 올라..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4th day :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가족 上

- 4th day :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가족 上  잠자리는 편했지만 모기 때문에 잠을 잘 못잤다. 자는 와중에 한마리 잡았지만. 나는 큰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납경을 받지 않는 나는 시간 에 관계없이 순례를 해도 상관 없었기 때문에 이시카와 아저씨보다 일찍 나갈 예정이었다. 채비가 마무리 될 즈음 옆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아저씨가 깨신 것 같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이시카와 아저씨(볼 수록 김C와 닮았다)가 1회용 드립커피를 내려 놓았다. 커피를 먼저 마시고, 어제 사 놓은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화장실도 갈겸 자전거에 짐을 묶어 놓고 올려고 했는데 내가 가는건 줄 알고 아저씨께서 나오셨다. 내가 걱정이 되는지 ..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3rd day : 김C 아저씨와 사카에 택시 下

- 3rd day : 김C 아저씨와 사카에 택시 下 쇼산지(焼山寺) 안을 구경 하고 13번절 다이니치지(大日寺)를 지도에서 찾아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길래 살짝 짜증이 났다.(순례코스가 일반적인 자전거 여행과 다른점이다. 산을 지나가는것 뿐만 아니라 절을 만나러 산으로 들어가야 하며, 순례 코스에 따라 왔던길을 되돌아가는경우도 많다) 날도 덥고 좀 쉬어갈겸 밥이나 먹고 가려고 사두었던 오니기리랑 소고기 고로케를 먹었다. 그리고는 쾌속 다운힐. 마치 받는데는 2시간 걸린 파일이 1초만에 지워지는 듯, 두시간 가량 올라왔던 산을 내려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무하게도 말이다. 내려와보니 최고 속도 50km/h가 찍혀 있었다. 해가 드는 위에선 더웠는데 내려올 땐 추워서 몸이 떨릴지경이..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3rd day : 김C 아저씨와 사카에 택시 上

- 3rd day : 김C 아저씨와 사카에 택시 上 어제 피곤해서 였는지 익숙해져서 였는지 깨지도 않고 잘잤다. 그래도 4시기상은 여전. 빌빌대다가 슬슬 준비를 하였다. 뒷정리를 마치고 새벽의 냉기에 움츠린 내 몸과 자전거의 몸을 천천히 움직여 공원을 걷는다. 아침놀을 맞으며 하룻밤 신세진 녀석들에게 하나둘씩 작별인사를 하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공원을 나와서 근처 로손에서 도시락과 빵을 구입했다. {403엔 지출} 도시락은 바로 앉아서 먹었고 빵은 비상시를 위해 남겨두었다. 달리는 중간에 등교길의 꼬마 녀석들이 "오하요- 고자이마스"하고 인사를 했다. 귀여운 꼬마 녀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11번 후지이데라에서 12번 쇼산지로 가는 길을 확인했는데 걷는 길에 비해 무지하게 돌아가야했다. 그렇지만 걷..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2nd day : 료젠지 할아버지

- 2nd day : 료젠지 할아버지 애초에 일찍 출발하려고 마음먹고 눈을 붙였지만 밤새 뒤척이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해서 그냥 잠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새벽 4시 20분경) 아직 날이 푸르스름 했지만 씻기도 하고 텐트도 정리하자 새벽의 온도는 빠르게 사라져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조깅을 하는 노인들이 점차 눈에 띄었다. 나는 자전거에 짐을 다 장착한후 화장실로 자전거를 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어젯밤의 우울한 기분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88번 절까지 돌겠다며 집을 떠난 놈이 1번 절에 가기도 전부터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제 여기서 잤니?" 무표정으로 걷고 있던 내게 왠 할머니께서 밝은표정으로 말을 거셨다. 간단한 대화 속에 시코쿠 88개소를 돌려고 왔다고 하니까 바로 할머니께서 "*오헨로상~..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1st day : 출발

- 1st day : 출발 아침부터 빗발이 약간씩 날린다. 자전거를 분해하고 포장하는것이 생각보다 늦어져 거의 못잤다. 어차피 걱정반 설렘반으로 잠은 못잤을것이다. 나가시는 아버지의 트럭을 얻어타고 5호선 영등포구청역으로 갔다. 짐을 들고 승강장까지 가는데 어깨가 끊어지는줄 알았다. 김포공항에서 AREX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없어 계속 앉아서 갈수 있긴 했지만 구린 차림새와 눈에 띄는 짐덕분에 시선을 좀 받아야했다. 모든게 계획대로 흘러... 가지는 않았다. 인천공항이 다가오자 촉박해진 시간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늦은 출발, 생각보다 무거운 짐, 생각보다 긴 이동거리 등.. 모든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거라는 내 생각대로는 되는 듯 했다. AREX가 인천공항이라고..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준비

- 준비 준비를 시작하자 이것저것 돈 들어갈 것이 많았다. 그러나 여행 자체에 드는 경비만 해도 상당히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준비는 최대한 있는 것을 꾸려가는 것으로 정했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신경썼다. 교통편 예약 먼저 시코쿠로 들어가는 방법은 꽤 여러가지가 있었다. (비행기로 시코쿠 내의 공항으로 바로 가는 법, 시모노세키에 도착 후 자전거로 출발하여 에히메현으로 들어가는 법, 오사카에 도착 후 자전거로 출발하여 카가와현으로 들어가는 법 등..) 비행기를 타고 바로 시코쿠로 들어가면 좋겠지만 역시 하고 싶은대로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차선으로 구글어스로 항로를 찾아보며 편의와 돈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었는데 그 방법은 이렇다. 1.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공항으고 간다. 2..

[일본 시코쿠 88개소 자전거 순례] 프롤로그

- 프롤로그 의미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계속 되었다. 우울증이 심해졌고 마음은 완전히 공황상태였다. 나에 대한 믿음도 사라져갈 즈음 나는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달리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고 계속 채찍질해왔던 나에게 처음으로 당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군 전역 후 계획하다가 포기했던 자전거 여행을 다시 계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자금 사정 때문에 포기했었고, 여전히 자금 사정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숙박비를 포기하고 캠핑을 생각해야했고, 상실된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기 위해 내 근성을 시험할 만한 난이도가 필요했다. 어디라도 좋았다 달릴수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물론 예산 내에서 가능한 곳)를 대상으로 혼자 생각하기 좋은 곳, 적절한 시련이 있을 곳, 캠핑이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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